2001, 대학 3학년 1학기때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할머니께선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을 손자,손녀들에게 조금씩 주셨다. '결혼할때 이 돈으로 장농하거라..'하시며 할머닌 내게 200만원이란 거금을 쥐어주셨다.
당시 결혼은 내 세상 이야기가 아니었고 장농보다는 좀 더 뜻있는데 써야겠다 싶었다. 뭘할까... 등록금을 낼까? 이 치료하는데 쓸까? 어디에 쓸까? 하다가.. 문득 나 홀로 여행이란걸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왜.. 책이나 잡지에서 보면 여행이 날 성숙하게 만들었다. 식견을 넓혀주었다 등등의 얘기들이 많잖아.
나도 여행을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교복입고 학교를 다니던 때엔 무섭다고 밤에 슈퍼도 못나가던 막내딸이 덜커덩 '호주로 한달간 여행갔다올께요.'라고 했을때의 엄마 반응이 웬지 훤했기에 허락받기 전에 일딴 일을 저질렀다.
- 여권만들기
- 호주여행책 사기
- 항공편 예약
- 가방, 상비약, 카메라 필름(당시만해도 디카가 뭐야??), 수영복 마련
모두 준비하고 엄마에게 '나 갔다올께!!!!!'
(다 준비해놓고 간다는 딸을 마냥 걱정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다. 흣. 엄마! ㅜ_ㅜ)
...
호주 북동쪽_케언즈부터 시드니까지 동부 해안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로
2002년1월21일부터 약 한달간 진행된 나의 호주여행은
첫 해외 여행이어서도 그렇고, 첫 나홀로 여행이었기에 매우 푸르딩딩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론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장농'의 값어치를 뛰어넘는
매우 가치있는 소비였음은 두말 하면 잔소리.
'소연'이란 긍정적인 친구가 생겼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머리속에 박혀졌고,
영어 그까이꺼~ 자신감이 생겼고,
나 홀로도 okay! 독립심? 자립심? 겁상실?
호주에서 단단히 당한 덕에 바로 배운 수영은 생존능력을 키워줬으며
여유, 사랑, 자연, 행복.....을 맛보았음
너무 좋았던 호주..
정말 좋았던 호주..
남편님과 함께 1년 코스로 다시 한번 찾고싶은 호주..

케언즈에서는 늘 이렇게 다녔다. 헬멧쓰고 모자에 연결된 끈에 지도를 묶고 자전거를 타며.. 자전거를 타고 케언즈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고 두리번 거리다 나무를 박고 넘어졌었는데 그때 내일 마냥 흥분해 달려오던 백인 커플 'are you okaaaaaaaaaaaaaaaaaaaaay?' 어머, 이 나라 사람들 뭔가 달라! 생각했다. 풍부한 감정표현과 상당한 배려심.

스노클링하러 배를 타고 몇시간을 나갔을 때..에.메.랄.드.빛 바다색. 오묘한듯 이뻤지만 너무 이뻐 살짝 무섭단 생각도 했었다. 스노클링 하고 지친 몸을 배 바깥자리에 뉘이고 바다바람 맞으며 먹었던 브라우니는 내 생애 최고의 브라우니였다네...아아아
그래도 호주까지 왔는데 스쿠버다이빙은 해줘야하지 않을까? 허나 수경이 얼굴에 안맞아 자꾸 물이 들어가는 통에 결국 유아용 수경을 끼고 입수..또 물이 들어올것만 같은 불안감과 너무나도 쪼여오는 유아용 수경 둘레끈에 주변 구경 제대로 못하고 슈퍼마리오처럼 생긴 아저씨에게 질질질 끄려갔었던...하하하 사진에서 '나는 정말 못한다'라는 자세를 딱 보여준다. 가운데 슈퍼마리오 아저씨는 얼굴과 다리가 거의 평형상태. 오른쪽의 나는 땅위를 걷는듯 얼굴과 다리가 직선상태. 끙

털리강에서의 레프팅은 초,초특급 익사이팅!! 나중에 동강에서 레프팅 하면서 나 사실 졸뻔했다네.

스케치북에나 그릴법한 이쁜 동네 '에얼리비치' 세일링투어가 유명하다했지만 한달경비 80만원인 내겐 너무 먼 투어. 이쁜 동네 구경했으니 만족만족!!!

이동거리가 길기에 숙박비와 시간을 절약할겸 야간버스를 애용했었다. 에얼리비치를 떠날때도 역시나 야간버스 이용.. 숙소에서 나와 밤까지 시간보내기는 무료수영장 이용, 공원에서 뒹굴. 이날은 무료수영장에서 열심히 놀고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머리위에 새똥이 찌직 떨어졌던 날.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새똥맞은 날이었다. 저 나무에 걸린 수건은 TV위를 덮고있던 두껍고 큰 수건(당시에는 비치타올이란게 있는지 몰랐다.)과 나무 옆에 놓인 터질듯한 배낭과 보조가방으로 챙겨온 (상대적으로)작은 배낭을 보자니 당시의 무모함이 웬지 부끄럽다. 하하

가뜩이나 끝없는 해변이 드문 인적으로 더욱 더 크게 보였던 '허비베이' 돈이 별로 없던 이 시기에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한국에서 온 J언니를 통해 닭백숙, 떡볶이, 볶음밥 등을 아주 제대로 해 먹었었는데... 아, 잊지못할 닭백숙!!!

가장 아름다원던 '프레이져 섬' 3박4일동안 먹을 식수와 식량을 차에 싣고 거지처럼 생활했던 프레이져..지저분했던 내 상태와는 달리 심각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던 곳

프레이져 섬안에 있는 맥킨지란 호수는 현재까지 내 머리속에 남아있는 최고의 장소다. 투명-하늘빛-파란빛-검푸른빛으로 층층 색을 보이며 초록초록한 산들이 둘레를 치고 있는 곳. 씻지도 못하는데 무슨 수영이야 하고 찾아갔던 곳이었는데 이성을 잃고 바로 호수로 달려나갔다. 이성을 잃고 달려나갔으니 썬블럭도 대충 대충 바르는 흉내만 냈었는데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와 목욕탕/수영장세면실에서 많은 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내 등짝을 쳐다보았더랬다. (어깨에는 웬 손바닥 자국이, 허리는 벨트를 한것 마냥 위아래는 하얗고 허리만 거무티티)

프레이져에서 만나 친해진 외국인들.. 뭐 그까이꺼 영어 대충대충 던지고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마구마구 웃으면 쉽게 친구가 된다. ^^

골드코스트의 헝그리잭에서 여행고수 두분과!! 한국에서는 골드코스트가 너무 포장되어 있는 듯 하다. 말만 들어 좋은줄 알고 찾아갔던 그곳은 내게있어 어글리한 호주지역 베스트5 안에 들만큼 실망스러웠던 곳. 서핑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좋을 수 있겠지만 2,3일 들여 찾아갈만한 곳은 결코 아닌 듯. 덕분에 일정을 대폭 줄여 골드코스트에서는 1박만 하고 바로 이동했었다. 이곳에서의 추억은 고수님들 덕분에 고추장에 구운김과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

오! 내 사랑 '누사'! 뽀얀 밀가루 같은 모래! 잘 알려지지 않은 아주 작은 동네이지만 현지인들과 유럽사람들에겐 럭셔리한 휴양지로 알려진 동네..호주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수 있었던, 여유란게 이런거구나를 알게해준 곳..레프팅을 하다 만나 함께 여행을 하게된 소연씨의 컨디션이 매우 저조해져 들른 곳이었는데 홀딱 반해 2박3일을 보냈었다. 이곳에서는 숙소도 아주 말끔한 콘도형식으로 빌려 상당히 말끔하게 지낼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는 일행이 부쩍 늘어 남자3, 여자3이 함께 다녔었다. 사실 동부해안을 타고 내려오는 여행코스가 비슷비슷한 사람들로 윗지방에서도 간간히 봐왔던 사람들이었는데.. 시드니에선 며칠을 제외하고는 함께 다니며 이렇게 신나했었다. 고풍스러웠던 성당 앞에서!

시드니의 명물 중 하나인 '하버브릿지'앞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내세우자며 돼지코로 사진을 찍었었다. 도심안에 있는 강으로 치자면 우리의 한강도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인데.. 호주란 나라는 그 자원을 참 활용을 잘한다 생각했었다. 우리나라의 한강은 강/북을 가르는 역활만은 톡톡히 잘 해내고 있지만 관광자원으로써는 상당히 부족함이 많은 듯.. 시드니에서 가장 좋았던 건 도심속 곳곳에 자리잡은 쉴 곳들..